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와 경과
가. 원고는 자동차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1992.1.27. 원고에 입사한 후 2009.5.11.부터 원고의 ○○공장생산개발본부 상용엔진생산기술팀(이하 ‘이 사건 부서’라 한다)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참가인은 간부사원인 과장으로 승진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된 인사평가에서 지속적으로 5단계 등급(S, A, B, C, D) 중 C등급 또는 D등급을 받았다.
다. 원고는 2009년부터 간부사원 전체 약 12,000명 중 직전 3개년도 누적 인사평가(역량평가 및 성과평가) 결과가 하위 1% 미만(2010년부터 2011년까지는 하위 1.5% 미만, 2012년 이후부터는 하위 2% 미만)에 해당하는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근무태도 향상, 역량 및 성과 개선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PIP(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를 도입한 이래 매년 이를 시행하여 왔는데, 참가인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총 7회에 걸쳐 PIP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참가인이 2017년 PIP 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의 인사평가결과가 전체 간부사원 11,229명 중 11,222위였다.
라. 참가인은 2011년 5월, 2014년 1월 및 2016년 4월 총 3회에 걸쳐 근무성적 및 근무태도 불량을 이유로 정직 2개월 또는 정직 3개월의 각 징계처분을 받았고, 2014년 징계를 받은 이후에는 이 사건 부서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원가절감 업무만을 담당하였다. 참가인은 2017년 PIP 대상자로 선정되어 교육평가를 받은 결과 100점 만점에 40.516점을 받아 PIP 대상자 44명 중 41위를 기록하였다.
마. 원고는 참가인에 대하여 징계위원회 시행 세칙을 준용한 해고절차를 진행하여 2018.3.7. ‘참가인의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어 사회통념상 더 이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참가인을 해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바. 원고의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를 해고사유로 정하고 있고(제32조제5호), 이와 별도로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자’를 징계해고의 사유로 정하고 있다(제42조제14호).
사. 참가인은 이 사건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8.8.1.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11.28. ‘원고가 주장하는 해고사유는 사회통념상 참가인과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아. 원고는 이 사건 재심판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참가인에게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32조제5호의 통상해고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가. 원고가 이 사건 해고의 근거로 삼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32조제5호의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는 단지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근로자가 근로계약상의 근로제공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 내지 현저히 곤란하거나 참가인에게 근로제공의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판단될 정도로 일신상의 사유가 현저하게 드러나는 경우를 말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해고의 경우 참가인이 근로제공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 내지 현저히 곤란하거나 참가인에게 근로제공의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판단될 정도로 일신상의 사유가 현저하게 드러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원고는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32조제5호에 근거하여 참가인을 해고하면서,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는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42조제14호에서 정한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징계해고 사유의 증명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통상해고를 한 것이라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판단 부분이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설령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32조제5호가 업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의 근거규정이 될 수 있다고 보아 원고가 참가인을 통상해고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자를 통상해고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근로자의 업무능력이나 근무실적 등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에 따른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에게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를 부여하고 배치전환 등을 통한 적합한 업무로의 재배치 등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등 해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내지 해고 회피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도저히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경우라야 한다. 그러나 원고는 참가인에 대하여 배치전환 등을 통한 적합한 업무로의 재배치 등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참가인에 대한 고용 유지 내지 해고 회피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32조제5호의 해석에 관하여
1) 특정사유가 취업규칙 등에서 징계해고사유와 통상해고사유의 양쪽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뿐 아니라 징계해고사유에는 해당하나 통상해고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 사유를 이유로 징계해고처분의 규정상 근거나 형식을 취하지 아니하고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한 통상해고처분을 택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의 재량에 속하는 적법한 것이다. 다만, 근로자에게 변명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더라도 해고가 당연시될 정도라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징계해고사유가 통상해고사유에도 해당하여 통상해고의 방법을 취하더라도 징계해고에 따른 소정의 절차는 부가적으로 요구된다(대법원 1994.10.25. 선고 94다25889 판결 참조).
2)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원고의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32조는 통상해고의 사유로서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 허약, 노쇠, 질병에 의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제1호), ‘무단결근을 계속하여 7일 이상 한 자’(제2호), ‘형사소송의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으로 계속 근로가 불가한 자’(제3호), ‘본 규칙 제42조(징계해고)에 의해 징계해고가 결정된 자’(제4호),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제5호)를 규정하고 있다.
나) 원고의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42조제1호 내지 제18호는 징계해고의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거기에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자’(제14호)도 포함되어 있다.
다) 원고는 참가인에 대한 징계해고의 절차를 거친 후 ‘참가인이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어 사회통념상 더 이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는 사유로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32조제5호의 규정을 들어 참가인을 통상해고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32조제5호는 징계해고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배제하는 취지가 아니라 징계해고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통상해고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원심과 같이 제32조제1호 내지 제3호에 준하는 사유로서 적어도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넘어서 그러한 사정으로 말미암아 근로자가 근로계약상의 근로제공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 내지 현저히 곤란하거나 참가인에게 근로제공의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판단될 정도로 일신상의 사유가 현저히 드러나는 경우에 한정하여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징계해고 사유의 증명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통상해고를 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나. 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관하여
1)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참조).
2)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참가인은 이 사건 해고 당시 입사 25년차이자 이 사건 부서에서 ‘원가절감 업무’를 담당하는 12년차 과장이었다. 참가인은 팀 내 각 라인 담당자의 의견을 받거나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관리자, 작업자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개선 항목을 찾아, 재료 변경·재료 단일화 등을 통한 저가 사양 적용, 에너지 절감 등을 통해 재료비·노무비·경비·투자비 등을 절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과장급 간부사원으로서 관리직에 해당하고, 그 직책과 경력에 따른 성과와 전문성이 요구된다.
나) 참가인은 간부사원인 과장으로 승진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된 인사평가에서 지속적으로 5단계 등급(S, A, B, C, D) 중 C등급 또는 D등급을 받는 등 해당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기간이 11년으로 상당히 장기간이고, 특히 이 사건 해고 전 약 3년간의 인사평가결과는 11,229명 중 11,222위로 최하위 그룹에 속하며, 원가절감실적을 참작하더라도 참가인의 실적은 원가절감 업무를 주된 업무로 하지 않는 다른 근로자들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편이었다. 나아가 참가인은 근무태도 및 근무성적 불량을 사유로 위 기간 동안 3차례나 정직의 징계를 받기도 하였다.
다) 참가인은 2017년 인사평가(성과평가)에서 약간의 개선이 있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업무능력이 미흡하고 성과가 부족하며 관련부서 및 팀원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평가(D등급)를 받았고, 참가인 스스로 본인평가에서 D등급을 부여하기도 하였으며, 2017년도 PIP 대상자 평가에서조차 저조한 결과(40.516점/100점 만점)를 받아 대상자 44명 중 41위를 기록하였다.
라) 참가인은 2017.7.26. 팀장으로부터 ‘실행계획 구체화 및 절감결과 가속화’ 및 ‘7월 업무 수행 실적 및 8월 업무 계획 보고’를 지시받았으나 단순히 목표만 세워놓고 이를 시행하려는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는 등 2017년 PIP 현업수행 기간 중에도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를 매우 미흡하게 처리하였고, 다른 팀원들과 협업을 하거나 조직에 융화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 원고는 참가인에게 PIP 교육을 7회나 실시하는 등으로 개선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였고, 비록 공식적으로 제안을 한 것은 아니지만 2012년 PIP 대상자로 선정된 당시 전환배치 대상자로 면담을 한 사실이 있는데 참가인이 기존 부서에서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 의사를 존중하여 직무재교육 기회를 7회나 제공하였음에도 업무능력이나 업무성과가 개선되지 않자 이 사건 해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참가인에게 배치전환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거나 전보발령을 단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3) 위와 같은 사실이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참가인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해당하여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32조제5호가 ‘근로자의 근로제공 의무의 이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근로제공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일신상의 사유가 현저히 드러나는’ 경우에만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원고가 참가인에게 배치전환을 하는 등 참가인에 대한 고용 유지 내지 해고 회피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 아래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고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 따른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안철상, 이흥구, 오석준(주심)
대법원 2021두33470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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